주요사본
바티칸 사본 — 교황청 도서관의 보물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은 시나이 사본과 비슷한 4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어 성경 사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티칸 도서관이 오랫동안 소장해 온 사본으로, 신약 본문 연구에서 가장 신뢰받는 자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오랜 세월 감춰졌던 사본
15세기부터의 기록
바티칸 사본이 언제부터 바티칸 도서관에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1475년 도서관 목록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바티칸 측은 오랫동안 학자들에게 이 사본을 자유롭게 열람하도록 허용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19세기까지도 서구 학계는 사본의 전체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뒤늦은 공개
제한적인 필사와 부분적 출판이 이어지다가, 1889년부터 1890년 사이 바티칸이 사본 전체를 사진으로 촬영해 출판하면서 비로소 전 세계 학자들이 온전한 내용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20세기 말부터는 디지털 이미지로도 공개되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본문의 특징
간결하고 이른 형태의 본문
바티칸 사본은 후대 사본들에 비해 본문이 상대적으로 간결하며, 이후 시대에 추가되거나 확장된 것으로 보이는 구절들이 적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바티칸 사본이 더 이른 시기의 원형에 가까운 본문을 보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합니다.
누락된 부분
안타깝게도 바티칸 사본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창세기 앞부분, 시편 일부, 그리고 신약의 히브리서 후반부부터 목회서신,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소실된 부분은 훗날 다른 필사자가 15세기경 보충해 넣었는데, 이 보충된 부분은 원래 사본과는 별도로 다뤄집니다.
현대 성경 번역과의 관계
비평 본문의 핵심 근거
오늘날 널리 쓰이는 그리스어 신약 비평 본문(예: 네슬레-알란트 판)은 바티칸 사본과 시나이 사본을 가장 중요한 두 축으로 삼아 편집됩니다. NIV, ESV 등 현대 번역본 다수가 이 비평 본문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바티칸 사본은 오늘 우리가 읽는 성경 번역본의 뿌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통 본문과의 차이
반면 종교개혁 시기에 널리 쓰인 "다수 본문" 계열은 바티칸·시나이 사본보다는 후대의 비잔틴 계열 사본들에 더 가깝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일부 구절에서 번역본 사이에 표현이나 포함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며, 이는 사본학에서 오랫동안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